창신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낙타카페는 처음 방문하는 곳이었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느꼈다. 골목을 따라 한참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너무나 낙후한 서울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전된 서울의 화려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덕을 올라야 하기에 다소 힘들 수 있지만, 그 과정조차 이곳을 발견하는 특별한 여정의 일부가 되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느껴지는 적당한 피로감은 낙타카페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철제 구조의 건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외관은 아늑하기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있었고, 내부에 들어가면 인테리어는 다소 간결했다. 이름과는 달리 '낙타'를 연상케 하는 소품은 없었지만, 창신동 꼭대기에 이런 철제 건물이 있다는 것은 신기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은 차가운 철제 느낌이 강했다.
낙타카페에서 처음 맛본 것은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려준 핸드드립 커피였다. 바리스타는 다소 나이가 든 아저씨였는데, 혼자서 이런저런 주문을 모두 받고 있었다. 조금은 서툴고 전문적이지 않은 느낌이었고, 커피 맛도 솔직히 말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커피 맛보다는 카페에서 보이는 전경에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창신동의 옛스러운 풍경과 함께 채석장의 독특한 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채석장을 보며 일제시대에도 서울 한복판에서조차 수탈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떠올라, 역사 속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창신동 채석장은 과거에 이 지역의 중요한 산업 현장이었고, 지금은 그 흔적이 남아 있어 특유의 거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낮 시간에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은 정말 멋졌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도심의 모습은 낙타카페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진 웅장한 채석장의 모습은 카페의 차분한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저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기만 해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이곳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순간은 참으로 소중했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소박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창신동 낙타카페는 그저 커피를 마시는 곳 이상의 의미를 나에게 주었다. 감각적인 공간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곳. 다음에 또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나는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충무로] 평양 면옥 (0) | 2024.11.20 |
---|---|
[안국역] 깡통만두 (12) | 2024.11.19 |
[이천] 논스페이스 (0) | 2024.11.13 |
[성남] 장군보쌈 (2) | 2024.11.10 |
[경기도 이천] 버들 식당 (0) | 2024.11.0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