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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0. 6.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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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장태수 조문정

 

 

태수 씨와 문정 씨가 풀어가는 삶에서 소소한 행복 찾기 프로젝트.

 

하지만 중간중간 글쓴이들의 아주 개인적인 삶의 아픔들도 녹아 있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행복 찾기 방법 중에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고 너무 사소해 피씩 하고 웃음이 나오는 대목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삶에서의 행복'이라는 커다란 주제에 대하여 그에 맞는 거대한 삶의 변화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소소한 일상들을 다시 생각해보며 그 속에서 삶의 행복들을 찾아가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그 방법들이 잊고 있던 삶 속의 행복들을 일깨워 준다.

 

삶 속에 조그만 행복들을 만들어가고 그 행복 들이 쌓여가다 보면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태수 씨와 문정 씨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희로애락들이 사회의 특출한 사람들만 감정들이 아니라 보통의 우리들도 자연스럽게 삶을 살다 보면 느껴지는 그런 감정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그리고 저자 본인들이 겪었던 슬픔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내가 겪었던 슬픔들도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책 속에서 소개한 영화 데몰리션이 넷플릭스에 있어 시청했다. 이 책의 주제와 어느 정도 맞닿은 부분도 있었고 영화 자체도 훌륭했다.

 

 

 

스마트폰 안에는 모든 게 있다. 책도 있고 음악도 있고 영화도 있다. 그런데 고양이는 없다. 다행이라 말하기도 웃긴 이 상황이 나는 좋다. 스마트폰보다 치명적인 게 생겨서는 아니다. 단지 좋아하는 게 뭐냐는 말을 무엇보다 싫어했던 내가, 30분이 넘도록 설명할 게 생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게 있을까.'

이것만큼 어려운 주제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래도 답하고 싶었던 이유는, 언제나 카톡 속 ㅋㅋㅋ가 아닌, 실제로 웃을 수 있는 상황을 바랐기 때문이 아닐까. -p27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그렇게 쉽게 불려서는 안 되는 호칭이었다. 내게 작가란 '자기 글'을 쓰는 사람인데, 나는 '내 글'이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해주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제품을 홍보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건 따지자면 내 글이라기 보단 남의 글에 가까웠다. -p45

 

 

 

 

언제든 할 수 있다면 지금 해도 된다는 뜻이지!

-p47

 

 

 

나는 행복했던 기억 하나를 찾기 위해 불행한 기억 열 가지를 지나쳐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을 묻는 질문에 떠오르는 애기가 이런 거밖에 없다. 지금도 이 프로젝트를 찾은 사람들이 내 애기 때문에 괜히 우울해지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근데 나 만큼은, 어쩐지 후련한 기분이 든다.

-p75

 

 

 

'지금 이런 쓰레기를 내려고 했냐?' '한구석이라도 괜찮은 부분이 있어서?' '안 쪽팔려 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게 일을 열심히 한다는 건, 시간과 노력이 아닌 나를 얼마나 열심히 깍아내리는 지로 변해 있었다.

이게 지금까지도 고치지 못한, 정말 간절하게 버리고 싶은 습관이다. -p83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앞으로도 살면서 선택의 순간은 계속 올 것이고 커다란 선택들은 여전히 누군가를 고려해야 될 것을 안다. 그래도 지내다 보면 작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순간들도 분명 올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런 작은 순간들 만큼은 온전히 내 선택들로 채워 나가고 싶다. -p94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걸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난 장점이 없다. 잘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난 다 못하기에 다 열심히 한다. 남들에게 별 것 아닌 것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인생을 바친다. 밤새워 고민하고 쓰고 읽고 말하고 행동한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 흔한 재능 하나도 없기에, 나는 모든 것에 사활을 건다. 맞다. 나는 노력을 잘한다.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나도 웃기다. 합리화하고 있네 라고 말하면 반박할 거리가 없다. 그렇지만 나까지 나를 비웃고 싶지 않다. 세상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을 테지만 1초의 인생도 허투루 살 수 없을 만큼 재능이 없는 나를, 내가 인정해주고 싶다. -p109

 

 

 

다른 사람을 실망시킨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언젠간 줘야 했을 실망감이었다.'

처음부터 알아서 하면서, 그걸 잘 해내기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게는 이때가 후회보다는 후련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엄마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바이킹이 하강하는 순간에 소리를 지를 때 속 시원해지는 그러 느낌이 났던 것 같다. -p139

 

 

 

엄마 없는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서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무섭다. 어린 날 받았던 눈초리는 시간으로도 잘 치료가 안된다. 그래도 엄마를 이해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는 여전히 엄마가 어떤 건지 모르기에 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 없지만, 등을 토닥여주며 말해주고 싶다.

스스로를 생각하기에도 벅찬 그 나이 때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를 돌본다는 건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그래서 다 포기하고 그냥 혼자 있고 싶었을 거라고. 나보다 남을 소중히 하기에 엄마는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p151

 

 

 

자주 막히는 화장실 하수구, 눈 앞에서 놓쳐버린 버스, 갑자기 마주한 비, 라식 수술 때문에 와버린 안구 건조증, 수건에서 나는 물비린내, 흔 옷에 묻은 고추장, 거리낌 없이 새치기하는 할아버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잔소리만 하는 할머니.

 

나는 매일 그 작고 작은 것들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불행해졌다.

 

이런 나를 고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뭐, 고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불행에 민감한 만큼 행복에도 민감해보고 싶다.

이번 주말 저녁, 만 원짜리 소고기를 먹으며 느낀 감정을 결국 기억해낸 것처럼 말이다. 작은 불행들을 작은 행복들로 물리치는 것. 남은 10일간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으로 정해야겠다. -p158

 

 

 

나는 꿈이라는 말의 의미가 두 가지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는 동안 꿈을 꾸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자는데 방해되는 꿈이라면 더더욱 꾸지 않는 것인 낫고. 사는 것도 같지 않을까. 꿈이 없이도 살 수 있다면,

오히려 사는데 방해가 된다면 꿈같은 건 꾸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만약 다시 한번 친구와 대화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그냥 살자. 그거 없어도 괜찮잖아.

-p165

 

 

 

여전히 이 애기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디에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이 온다. 말할 자격이 없어도 말해보고, 슬퍼할 자격이 없어도 슬퍼해보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말이다. 그래도 입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어서 맨 마지막이 되어서야 이 얘기를 쓴다.

 

이 글을 쓰며 모자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옆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데도 눈물이 계속 났다. 자격이 있어야만 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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