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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0. 6.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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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황석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른이 되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걸까? 

나는 어른이 되고나서도 내가 무언가에 대해 욕망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오래도록 잘 몰랐다. 아마도 남들이 하는 대로 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처럼 살기 위해 흉내를 내고 있었던 것 같다.

너 준이 가끔 만나니?
응, 몇 번…… 근데 걔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것 같아. 
그게 누군데?
몰라…… 아마 자기 자신이 아닐까?

준이는 남들이 무엇이라 하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의 가치 판단에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성장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오롯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보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모두가 준이 같은 지독한 성장기를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보고 선택하는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채로 남아 있게 된다. 


나는 말야, 세월이 좀 지체되겠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거다.


어린 나이에는 좀 더 남들을 닮으려고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채 알지 못하므로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남들처럼 행동한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영영 뒤처질 것 같은 생각으로 조급해한다. 인생이 좀 더 길다는 것을 그때는 잘 모른다. 세월이 좀 지체되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아는 것은 나중 일이다. 


인생은 여러 개의 산등성이를 넘는 과정이다. 산을 넘는 것을 목표로 부지런히 나아가도 그 다음에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산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도 즐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고달프기만 하다. 산을 넘으며 만나게 되는 소소한 경치를 즐기고 기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위만 바라보면서 저기까지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에 다시 만나는 더 높은 산등성이 앞에서는 아연실색하게 된다. 좀 느리더라도 지금 만나는 크고 작은 상황들을 견뎌내고 즐겨야 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는다. 가끔 남들의 삶에 대한 부러움으로 힘겨워질지라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가 쉬워진다.

 

금성 Venus

 

여전히 나는 나를 알기 위해 노력중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으로 몸서리칠 때도 많다. 질투심으로 자신을 잃어버리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도 많다. 지금 나는 준이처럼 어린 날에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보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또한 나인 것을. 남들 눈치 많이보고, 가족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고, 책임감 많고, 짜증 많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인 것을. 

 

이 또한 받아들이자.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성장을 끝내지 못한 아이 어른인 나를 인정해주자.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나로서 살아가자. 조금 느리면 어떤가? 누구 말대로 지금 나이의 나로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으니 서투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자책하지 말고 살아보자. 그냥 있는 그대로의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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