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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0. 9.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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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오코너

 

왜 개를 훔치는 비도덕적인 일을 하려는 걸까? 삐딱한 시선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지아는 11살짜리 소녀다. 아버지는 1달러짜리 지폐와 동전이 가득 든 마요네즈통만 남겨두고 가족을 떠나버린다. 남겨진 조지아, 엄마, 남동생 토비는 집세를 낼 돈이 없다. 아파트에서 쫓겨나 낡은 자동차에서 생활을 한다. 자동차에서 사는 것은 어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지아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나이의 여학생은 더욱 더 그렇다. 조지아는 진심을 담아 걱정해주는 담임선생님, 가장 친한 친구인 루엔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비밀은 없는 법. 조지아를 수상하게 느낀 루엔이 몰래 따라와 조지아 가족의 자동차 집을 보고야 만다. 그날 이후 루엔은 더이상 조지아의 절친이 아니다. 자신의 현실에 수치심을 느낀 조지아는 루엔과 그녀의 새 단짝 친구가 항상 자신의 흉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반 친구들 전체가 조지아의 발표를 듣고 웃으면 그 중에서 루엔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조지아는 갑자기 집도 없고, 아빠도 없고, 절친도 없다. 평범한 일상이 하루 아침에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어떤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해서 한다면, 아이의 신상에 심각한 변화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아이를 다그치거나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섣부른 도움을 주는 것 보다는 그저 아이를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조지아의 일상에서 그나마 고마운 것은 담임선생님이다. 집에서 미리 조사해오는 숙제를 두 문장의 큰 글씨로 쓰고 발표를 해도 담임선생님은 고맙다고 말해준다. 꾀병으로 양호실에 간다고 하면 알면서도 보내준다. 조지아가 여태까지 만난 가장 친절한 담임선생님이다. 담임선생님이 조지아에게 해준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선생님의 기대에 미치지 않는 일을 해도 조지아를 몰아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지아가 가지고 있는 수치심을 자극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지아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의 겉모습만 본다. 어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때로는 아이들을 바로 잡아줄 훌륭한 의도로 모질게 훈육을 한다. 아이들이 무슨 근심이 있느냐고, 공부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멋대로 평가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우리 어른들이 가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지옥과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다. 어른들이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의 말과 행동 뒤에는 아이들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삶이 오롯이 존재한다. 만약 담임선생님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조지아를 판단했더라면,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 학생의 당연한 의무에 대해 훈계했더라면 어땠을까? 자신의 현실만으로도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조지아가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봐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비난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헤쳐나가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이 할 가장 큰 일인지도 모르겠다.

 

 

조지아의 엄마는 집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하루에 두 곳의 직장에서 일하지만 돈은 쉽게 모이지 않는다. 비루한 삶은 끝이 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조지아는 어느 날 우연히, 개를 찾아주면 500달러의 사례금을 주겠다는 오래된 전단지를 보게 된다. 그 정도의 사례금이라면 집을 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조지아의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날부터 조지아는 개를 훔칠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개를 훔칠 완벽한 방법이 생각날 때마다 보라색 공책에 적기 시작한다. 계획은 점점 구체적이 되어간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하나하나 적는다. 어쩌면 조지아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면 깜깜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한 가닥의 희망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루한 생활과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견뎌낼 힘이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도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아픈 아이들이 참 많다.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하는 아이, 학교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아이, 남의 물건을 함부로 쓰는 아이, 숙제를 해오지 않는 아이, 함부로 말하는 아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문제투성이인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을 도와줄 의도로 우리 어른들은 비난의 눈길을 주고 가시돋힌 말을 쏟아낸다. 아이들의 삐뚜러진 행동은, 어쩌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조지아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개를 훔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완벽하지 않았고, 훔친 대상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조지아는 개를 훔쳤지만 아무런 사례금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마음의 소리에 따라 자신이 개를 훔쳤다는 것을 개 주인인 카멜라 아줌마에게 고백하며 펑펑 울고야 만다. 문제아처럼 보이는 아이들도 적절한 때가 되면 조지아처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잘못을 알게 되면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조지아는 카멜라 아줌마에게 자신이 윌리를 훔쳤다는 사실을 고백한뒤 아줌마의 질책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줌마는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아줌마는 손을 뻗어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미움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오히려 다정하게 이렇게 말했다.

"힘든 시간을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도 하게되는 법이지. 그렇지 않니?"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할 말을 찾았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가 한 짓은 정말 나쁜 거야, 조지나. 그건 변하지 않아."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시선을 바닥에 꽂은 채. 긴 머리가 흘러내려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새어나와 코끝을 따라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잘못을 인정하는 아이에게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적절한 때도 있다. 하지만 카멜라 아줌마처럼 상황을 인정해주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그것이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준다. 무키 아저씨 역시 조지아가 개를 훔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야단치는 대신 자신의 신조에 빗대어 옳은 길을 가르쳐준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 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소하고 다양한 일들을 겪어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지아처럼 갑작스런 변화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일들도 큰 문제가 된다. 크고 작은 문제를 겪으며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조지아의 담임선생님, 카멜라 아줌마, 무키 아저씨처럼 날카로운 말 대신 친절한 말 한 마디, 믿고 지켜봐주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한 아이가 성장하는데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고 한다. 가볍게 마주치는 어른들도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가벼운 인사, 따뜻한 눈빛, 친절한 말 한 마디로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을 주는 어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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