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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3. 8.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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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훙 저/김희정 역

 

우즈훙의 저서를 읽고 나니,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과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 것 같다. 그의 글은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갈등과 그로 인한 고통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본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족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단순한 '사람 간의 갈등'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 안에서 생기는 복잡한 감정들의 묶음이라는 것이다. 가족 내에서 부모-자녀, 부부 간의 갈등, 자녀들 간의 차별적인 대우 등, 다양한 상황과 갈등을 섬세하게 분석하면서 각 케이스에 맞는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특히, '효도'라는 주제에 대한 고찰은 아주 깊은 여운을 남겼다. 맹목적인 효도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그것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어떠한 갈등과 감정을 초래하는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그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내용은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 자라온 많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우즈훙의 조언 중,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보다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은 인간 관계의 근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각자의 상황과 감정,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들은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가족 간의 관계를 재평가하고 그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지침서이다.

 

 

책 속의 한 구절

생물학적인 고름은 만지기 쉽지만, 심리적인 고름은 만지기가 매우 어렵다. 정신과 의사가 이 고름의 위치와 상태를 알아내려면, 환자를 상처받은 시기의 상태로 퇴행시켜야 한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라면 반드시 어릴 때로 퇴행해야 한다. 연애도 같은 이치다. 룽웨이링은 “우리는 무의식중에 연애를 치유의 수단으로 생각하며, 연인이 이상적인 부모 역할을 함으로써 자기를 고쳐주기를 바라죠”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바람을 연인에게 투사projection(충동이나 생각, 느낌 등을 외부 세계로 옮기는 것-옮긴이)한다. 연인이 나를 많이 사랑한다면 나의 무의식적인 갈망을 적극적으로 채워주기 위해 이상적인 부모 역할을 할 것이다. 일단 연인이 이상적인부모로 여겨지면, 우리는 아이로 변한다. 하지만 문제는 착한 아이가 있고 나쁜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가정에서는 아이가 착하게 자라고, 엉망인 가정에서는 못되게 자랄 수밖에 없다.


톈야자탄에 ‘올해는 망했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네티즌이 ‘아내와 부모님의 불화가 이혼을 초래했다. 답답하다’라는 글을 올리며 자기에게 일어난 문제를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아내를 무척 사랑했으며, 젊은이는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 그래서 아내와 가족(주로 부모)이 충돌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 결혼 전 남자의 부모는 예물을 해주기가 싫었다. 더욱이 다달이 받던 아들의 월급을 며느리에게 넘겨주기 싫었다.

2. 결혼식 날 남자의 엄마가 축의금을 달라고 했고, 거절당하자 현장에서 분노하며 까무러쳤다.

3. 신혼 첫날, 신랑의 부모가 집에 가는 데는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도 그의 여동생은 갈 길이 너무 머니 부모님을 신혼집에서 묵게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일종의 분열 현상으로 그의 잠재의식과 의식이 분열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아내의 편에 서서 아내가 부당한 처사를 당했고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결론을 쓸 때는 의식이 작용했다. 그는 부모의 편에 서서 아내가 무조건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고 여겼다. 다시 말해 그도 아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음을 인지했지만, 맹목적인 효 관념 때문에 부모에게 ‘안 된다’라고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세 살에서 여섯 살 아이들 눈에 부모는 모두 강대하다. 관계의 균형은 외적인 잣대가 아니라 내재한 감정에 달려 있다. 이 나이 아이들에게 외부의 평가 체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가졌는지는 개의치 않으며 이런 것들로 부모의 가치를 가늠하지 않는다. 만약 이 연령대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물질적인 조건을 비교하기 시작한다면 부모가 가르친 것이 틀림없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들 앞에서 남편을 무능하며 돈도 많이 못 번다고 자주 질책하면 아들은 돈을 얼마나 버는지를 두고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더욱 기가 막힌 점은 아들조차 엄마를 따라 아빠를 비웃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아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일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좋지 않다. 아빠를 무시함으로써 아빠와 동일시하기를 거부하고, 나아가 남성과의 동일시를 원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성장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같은 이치로 아빠가 딸 앞에서 아내가 바보 같고 집안일도 못한다고 비웃으면, 딸은 엄마를 업신여기게 된다. 그리고 엄마와 동일시하기를 거부하며 여성과의 동일시 또한 원하지 않게 된다.

 



근심, 그것도 영문을 알 수 없는 근심은 사춘기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사춘기는 끊임없는 ‘상실’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중략) 변화 역시 우울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변화는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옛 마음을 버리고 새 마음이 생겨나는데, 새 마음이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가져다주든 간에 잃어버린 옛 마음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들도 이별 또는 이혼 후 새로운 관계를 성립할 때, 이별을 고한 사람이든 이별을 당한 사람이든 똑같이 일정 정도의 우울한 감정을 겪는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삶이 얼마나 아름답든 이런 우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균형과 상쇄 작용이 발생할 뿐이다. 다시 말해, 변화가 생겼을 때 새로 맞이한 심리는 좋은 감정을 만들고 작별을 고한 오랜 심리는 좋지 않은 우울함을 생성한다. 좋은 감정이 우울함보다 많으면 즐거운 상태가 된다. 반대로 우울함이 좋은 감정을 넘어서면 비교적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들 수 있다. 이것이 사춘기 우울증의 핵심 원인이다.

 

 



샤오용은 평소 자잘한 시험에서는 성적이 좋았지만, 큰 시험만 보면 망쳤다. 상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고서야 샤오용은 속마음을 드러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시험에서 성적이 별로면 살짝 쾌감부터 느껴져요. 그러고 나서야 창피해지고 실패했다는 느낌이 들죠. ‘또 시험을 망쳤구나. 또 엄마를 실망시켰구나’ 하고요.” (중략) 샤오용은 수동적 공격의 전형적인 사례다. (중략) 청치펑은 여러 의사 자녀를 치료했는데 아이들은 부모의 전공이 무엇이냐에 따라 꼭 그 방면의 질병이 생겼다. “이 부모들은 자기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을 아이에게 조롱당하고 그로 인해 깊은 수치심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잠재의식이 달성하려는 목표죠.” 그는 이런 아이들의 부모에게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아이를 통제하려는 욕구가 매우 강하다. 그들은 아이가 무언가로 좌절을 겪는 것도 두려워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삶의 여정을 최대한 완벽하게 설계하려고 한다. 둘째,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셋째, 아이가 부모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걸 허락하지 않으며 아이의 최대 장점이 ‘순종’이라고 여긴다.

 

 



나는 그가 본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봤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온몸으로 푸른빛을 내뿜는 아주 작은 아이가 누워 있어요. 일본 공포영화 [주온]에 나오는 아이 귀신처럼요. 만져보려고 했지만, 손이 닿으려는 찰나 아이가 ‘야옹’ 하면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어요! [주온]의 아이 귀신이 내는 소리 같아서 너무 무서웠습니다.” 나는 이어 물었다. “당신이 그 아이라면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까?” 그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두 가지 느낌을 말했다. “우선은 매우 절망적일 것 같아요.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서요. 둘째는 매우 분노할 것 같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이 세계를 파괴해버리고 싶을 거예요.” “그럼 당신은 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내 말을 듣고 그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안아주겠다고, 내가 안아주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이 아이가 바로 그 자신임을. 또한 그의 가장 근원적인 실재임을.

 

 



‘맹목적 효’란 무엇일까? 자식이 자기와 자기 배우자, 자녀의 이익은 고려치 않고 그저 부모에게 막대한 희생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맹목적 효’가 극적인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한 자녀에게는 만족을 모르고 계속 갈취하지만, 또 다른 자녀에게는 무한하게 베푸는 것이다. (중략) 어떤 부모들은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이 평생의 빚을 졌으니 마구 받아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도하게 착취당한 자녀는 부모의 행위가 지나치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왜 받아내려고만 하는 부모에게 무한하게 바치며 맹목적으로 효도하는 걸까?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답은 ‘부모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차

* 들어가며

PART 1.
당신의 가정,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다

1. 모든 이별은 마음을 치유한다
2. 인연=엄마에게 장가들고 아빠에게 시집가기?
3. 부부가 싸우는 세 가지 이유
4. 집에서도 갑을 관계라니요
5. 언제나 부부가 1순위다

PART 2.
우리집엔 따뜻한 무관심이 필요하다

1.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다
2. 세상을 어떻게 탐색할지는 아이의 자유
3. 모든 아이는 엄마와 세 번 이별한다
4. 배우자보다 아이와 더 친밀할 때 생기는 부작용
5. 과보호하는 부모의 진짜 속마음
6. 집에서는 과보호, 밖에서는 좌절 교육?
7. 아이패드와 테디 베어
8. 사랑이 지나쳐서 숨이 막혀요
9. 고통스러운 유년기가 낳은 신경증
10. 청소년이 말을 안 듣는 건 좋은 일
11. 성숙한 부모는 자신을 먼저 돌아본다

PART 3.
부모의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지 말 것

1. 자식의 성공에 목매는 부모
2. 아이들은 왜 인터넷을 안전지대로 생각할까?
3. 인터넷 중독보다 더 무서운 시험 중독
4. 시험을 망치는 아이의 속사정
5. 고등학교 12학년과 중학교 9학년, 그리고 스트레스
6. 자녀와 함께 대입 시험의 실패를 직면하라
7. 실패한 유학생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8.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가 두렵지 않은 아이로 키우려면
9. 경쟁적 쾌락을 즐기는 것은 어른뿐이다
10. 아빠의 난폭함은 네 잘못이 아니야
11. 자녀는 가정의 수호신이 될 책임이 없다

PART 4.
관계는 어떻게 왜곡되는가

1. 친밀한 관계 맺기를 방해하는 세 가지 병
2. 폭력적인 인간관계는 정신을 조각낸다
3. 당신의 몸, 타인의 노예는 아닌지
4. 꿈이 알려준 진실
5. 내 안의 상처 받은 아이와 마주하는 법
6. 효자?효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7. 사랑 없는 가족의 순환 고리
8. 가족과 사랑에 관한 여섯 가지 거짓말
9. 인간은 왜 비틀린 관계에 빠지는가

* 옮긴이 후기
* 주

 

 

2023.08.28 - [책과의 대화] - 가족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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