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체성이 형성되려면 새로운 증거가 필요하다. 늘 주던 곳에 표를 주고 있다면 늘 얻던 결과를 얻을 뿐이다.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는 다음의 간단한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하라. 개인으로서든, 집단으로서든, 지역사회든, 국가든 자신이 되고 싶고 원하는 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것을 대변하고 싶은가? 당신의 주요 기준과 가치들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20킬로그램을 감량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새로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일단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해하면 그와 관련된 정체성을 강화하는 작은 단계들을 밟아나갈 수 있다.
모든 습관 형성은 이런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건 결과보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 원칙, 정체성이 좀더 순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초점은 늘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어야지 어떤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데 있으면 안 된다.
‘어떤 1%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무기력에 빠지고 늘 허둥대는 현재의 내가 되었을까? 어떤 1%의 노력을 해야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습관으로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은 무기력에 빠져 허둥대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말이었다.
인생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오는 순간은 그렇게 아주 작고 사소한 행위가 쌓여 나타난다는 말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사소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행동을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허둥대는 날은 계속되었다.
삶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출처에서 알려주는 더 좋은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귀기울였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주문했다. 책을 읽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지. 좋은 습관을 들여야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삶은 힘겹고 무거웠다.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죄책감, 가지고 있던 좋은 습관마저 모두 없어졌다는 자책감만이 남았다. 마음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끊임없이 자신에게 보내던 주문을 멈추었다. 의무와 책임을 내려놓자고, 마음 가는 대로, 일이 닥치는 대로 해내자고 생각했다.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대한 강박관념도 내려놓았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니 평소에 보지 못한 내가 보였다. 비로소 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 나는 왜 나를 바꾸려고 하는 걸까?
- 왜 더 좋은 내가 되려는 것일까?
- 지금 이대로의 나로 살면 안 되는 걸까?
- 왜 항상 이런 자기계발 책을 읽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영어로 다양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한 줄도 읽지 않았다. 퇴근 후에 집에 돌아오면 해야 할 집안일이 많은 데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겨웠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저하되어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을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왜 영어로 책을 읽으려고 하는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하려는 이유가 뭘까? 무엇이 좋아지는 걸까?
행동변화에는 세 단계가 있다.
이 중에서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본질적인 동기를 제대로 알아차리고 자신의 어떤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면 그것과 관련된 습관은 오래 유지된다. 나에 대한 자부심 또는 믿음에 따라 그와 일치한 방향으로 행동하기가 더 쉽다. 이를테면, 머리 스타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관리하는 온갖 습관을 갖게 된다. 복근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운동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내가 바라는 최고의 내 모습을 다시 생각해본다.
이것이 내가 지닌 가치이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계속되는 성장. 이런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독서, 외국어공부, 자기 계발에 관심이 있었나 보다.
제임스 클리어 James Clear가 알려주는 작은 원칙들 하나하나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모든 원칙을 실천하는 것이 내게는 벅차기만 하다. 제일 중요한 요소인, 정체성의 변화라는 큰 틀을 먼저 기억한다면, 분명 내게도 변화라는 기적이 서서히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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