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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0. 6.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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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J. 레비틴

 

 

 

하루 종일 바쁘게 뛰어다니며 일처리를 한다.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끌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면서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끝내지 못한 것 같은 찜찜함이 남아 있다. 퇴근 후에도 SNS로 전달되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해야 한다. 주위에는 물건과 할 일이 넘쳐난다. 어느 순간이 되면 머리가 멍해지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효율적으로 일을 조직하고 처리하지 못하는 데는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한 인지기능의 과부하도 주요 원인이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멀티태스킹을 하도록 요구하는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뇌의 주의 전환을 요구한다. 멀티태스킹의 실체는 동시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뇌가 신속하게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주의를 전환하는 것이다. 주의 전환을 할 때마다 뇌는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현대인의 일상은 수시로 주의 전환을 요구한다. 잦은 주의 전환은 영양분을 빠르게 소진하게 만든다. 그 결과, 정작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정신이 혼미해져서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한 때 나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동거리고 허둥대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직장에서 갑자기 해내어야 할 일들이 쏟아지는 일이 반복된다. 집에 와도 역시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해도 해도 일은 끝나지 않는다.

 

일을 끝내고 상쾌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번아웃이 되어 몹시 무기력해졌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에너지가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직장인의 일상은 매일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한꺼번에 주의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그리고 매일 반복된다.

 

이로 인해 뇌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게 되어 정신이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 중요한 결정을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는 뇌의 에너지를 아껴두어야 한다. 걸어가면서 SNS를 보내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며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슬쩍 친구의 페이스북을 확인하는 행동들이 뇌의 에너지를 매우 빠르게 소진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리된 뇌를 원한다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여보자.



과도한 정보와 결정, 반복적이고 잦은 인지 전환은 종종 열쇠를 둔 곳을 잊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깜빡 잊어버리는 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뇌가 과도한 짐을 짊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과도한 짐으로 힘들어 하는 뇌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뇌가 지는 부담을 떠맡아 줄 외부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기억하려고 애쓰지 말고 외부 장치에 기록을 해둘 것을 추천한다. 수첩이나 컴퓨터 파일에 기록을 해둔다면, 잊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며 반복적으로 되뇌는 상황을 방지해준다.

이런 간단한 작업만으로 뇌를 혹사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많은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생각, 할 일 등을 쓰라고 조언한다.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의 결과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강조한다. 쓰는 일의 극적인 효과를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 효과가 미심쩍게만 느껴졌다. 처리해야 할 일들과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어 출구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나는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쓸 데 없는 일을 한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글로 표현하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Getting Things Done>의 저자 데이비드 앨런 David Allen이 ‘마음 청소하기 clearing the mind’라고 부르는 상태인 것 같다. 마음속의 찌꺼기와 해야 할 일들을 글로 풀어내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던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뇌에 남겨두지 말고 외부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뇌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문물의 발달은 현대인에게 더 편안한 삶을 선물해주었지만 그에 더하여 더 바쁘고 더 뇌를 혹사시키는 상황도 덤으로 가져다 주었다. 우리의 뇌는 매일매일 편리한 기기가 제공해주는 정보를 처리하느라 힘겹다. 인지기능의 과부하에 빠진 우리의 뇌를 보호해주자. 뇌의 혹사를 막기 위해 위임할 수 있는 것은 위임하자. 불필요한 정보를 모두 기억하려 애쓰며 뇌를 혹사시키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수첩 등의 외부 환경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습관을 버리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감상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는 일도 조금씩 자제하자. 과도한 정보 속에서도 자신의 일과를 잘 관리하고, 자기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꽤 괜찮은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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