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네 인생에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아직 여름이 한창이지만 너의 마음은 여태 겪어본 적 없는 자율의 언저리를 떠돌기도 하고, 한겨울의 거리에 내몰린 기분이 된 적도 있었을 거야.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잊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로 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너를 본 사람도 아마 한두 명쯤은 있었겠지.
어쩌면 너는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자주 변한다는 생각과, 또 어떤 것들은 생이 끝날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절망이라는 벼랑에 서서 무구하고 잔인한 바다를 내려다보았을지도 몰라.
그러나 단 하나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어, 조금만 더 걸어보자고 조금만 더 움직여보자고, 스스로를 부추기며 한숨 같은 심호흡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거야. -p87
황신영 작가 '밤 열한 시'
마음속에 있는 것을 함부로 입 밖에 털어놓지 마라. 엉뚱한 생각을 언동에 옮기지 마라. 친구는 사귀되, 절대 가깝게 대하지 마라. 일단 친구를 사귀어서 진정한 우정이 보이면 쇠사슬로 자기 마음에 꽁꽁 묶어 둬라. 그렇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풋 병아리들과 악수하느라 손바닥 감각만 잃게 하는 그런 일은 말아라. (......)
그렇게 되면 밤이 낮을 따르듯 기필코 너 자신도 남에게 성실해질 것이다. -p105
'햄릿'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에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젊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마시길. 정답을 만들어가시길.
내일을 꿈꾸지 마시길. 충실한 오늘이 돋 내일이다.
남을 부러워 마시길.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시류에 휩쓸리지 마시길. 당대는 흐르고 본질은 남는 것.
멘토를 맹신하지 마시길. 모든 멘토는 참고 사항일 뿐이니.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시길.
그리고 당신 마음속의 올바른 재판관과 상의하며
당신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시길.
당신이란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지 마시길.
박웅현 작가 '여덟 단어'
모든 사람의 진정한 의무는 단 한 가지뿐이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어떻게 돼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헤르만 헤세 '데미안'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미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면서 글을 쓰고 있으면 나는 가끔 몹시 불안한 기분에 휩싸이고 만다. 어쩌면 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의 기억을 상실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 나 역시 삶을 살아가면서 겪었던 많은 사건이나 경험들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잊으려 했던 않좋았던 기억만 부여잡고 있고 정작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렸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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