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상티망 ressentiment을 여느 철학 입문서에서처럼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시기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니체가 제시한 르상티망은 우리가 시기심이라고 여기지 않는 감정과 행동까지도 포함한 조금 더 폭넓은 개념이다. - p50
현대인은 유독 ‘평등’에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차이에도 르상티망을 품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르상티망은 상징을 구입하는 형태로 해소되는데, 그리하여 명품 브랜드의 판매 실적은 경제 저성장 사회에서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린다.
하지만 당연히 이러한 형태로 르상티망을 계속 해소한다 해도 ‘자신다운 인생’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르상티망은 사회적으로 공유된 가치판단에 자신의 가치판단을 예속 또는 종속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
- p53
추상적인 상징에 지나지 않는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끌어내 파스타 체인점과 가치를 비교하고 나서 자신은 후자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자를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데 중점을 둔 행동이다. 이는 ‘르상티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르상티망의 원인이 된 가치판단을 뒤바꾸려고 한다’는 니체의 지적과 완전히 일치한다. 니체의 주장을 덧붙이자면, 르상티망을 가진 사람은 르상티망에 기인한 가치판단의 역전을 제시하는 언론 등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 p55
부를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너무 신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를 얻을 가망이 없는 사람들이 부를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부를 얻게 되면 그들만큼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은 없다. - 프란시스 베이컨 (베이컨 수상록) - p56
페르소나는 원래 고전극에서 배우가 사용하는 ‘가면’을 뜻하는데, 융은 페르소나를 한 사람의 인간이 어떠한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가에 관한,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 p57
무서운 것은, 나답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나 자신은 그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0대 후반 무렵 본가를 찾아 갔을 때 내가 거래처 담당자와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전혀 너 같지 않다”라며 놀란 적이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이 변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나 또한 놀랐다. 지금에 와서는 그 당시 내가 본래 나의 모습과 상당히 다른 가면을 무리해서 쓰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만, 당시에는 어머니에게 지적받기 전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 p59
사일로 silo - 기업 내의 어떤 부문이나 부서가 외부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연계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고립된 상태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개인이 속한 다양한 입장과 소속, 즉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뜻함.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러한 경향을 카를 둔커는 ‘기능 인식의 고착’이라고 명명했다. - p64
다시 말해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위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 p69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진정한 의미에서 바꾸고 싶다면
놀리 사고에 뛰어난 컨설턴트가 종종 일반 회사로 옮긴 후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가 사람이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고 잘 못 알고 있어서다. - p79
로고스 logos(논리) - 논리가 이치에 맞아야 한다.
에토스 ethos (윤리) - 아무리 논리에 맞는 말이라도 화자가 도덕적이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파토스 pathos (열정) - 본인이 신념을 갖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을 공감시킬 수 있다.
학교에서 연설이나 발표에 유용한 스피치 기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 일본 같은 사회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익힐 기회 또한 없다. 그러나 스피치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사회의 지식 계층에서는 스피치 기법이 당연히 지녀야 할 교양으로 인식된다. 맹목적으로 그들의 문화를 예찬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리더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그 과도한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아두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 p74
장 칼뱅 사상의 핵심은 무엇일까? 칼뱅의 사상 체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예정설’이다. 예정설은 다음과 같은 사고관이다.
실제로 신자가 아닌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놀랄 만한 사상이다. 이 사상에 따르면 면죄부는 구원을 가져다줄 수 없다. 사실 루터가 최초로 제기한 문제는 그 점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칼뱅은 더 나아가 면죄부에 의해 구원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애초에 선행을 배풀었다거나 악행을 거듭 저질렀다는 것 자체가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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