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지만, 이것이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와 오히려 인간을 조종하는 양상을 보인다. 많은 해설에서 주로 ‘서먹서먹해지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서먹해지는 것뿐이라면 소외된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면 되므로 실제로 심각한 피해는 없다.
소외가 큰 문제인 까닭은 인간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 인간이 휘둘리게 된다는 데 있다.
남녀관계로 비교하면 서먹해진다는 것은 마치 타인을 대하듯 거리감이 생긴다는 느낌이 들지만, 사회에서의 소외는 ‘휘둘리게 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p195
마르크스는 그의 ‘경제학, 철학 초고’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피연적 귀결로 네가지 소외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대차 대조표에 계상된다는 것은 이 상품이 회사의 자산이며 주주, 즉 자본가의 소유라는 의미다. 자신의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것이 아니며, 더구나 상품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는 노동으로 부터의 소외
인간은 노동을 하는 동안 자기를 느끼지 못하며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야 비로소 독립된 자신으로 설 수 있다.
셋째는 위의 두 가지를 통해 다다르는 것으로 바로 유적 소외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존재, 즉 어떤 ‘종류’에 속해 있어 그 속에서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생물체로 정의했다. 하지만 분업이나 임금 노동에 의해 건전한 인간관계는 파괴되고 노동자는 자본가가 소유한 회사나 사회의 기계적인 부품, 즉 기어(톱니바퀴)가 되고 만다.
넷째는 인간, 즉 타인으로부터의 소외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인 인간의 가치는 사회나 회사의 톱니바퀴로, 얼마나 효율성 있게 일하는가 하는 생산성만을 요구받는다. 이에 따라 인간의 관심은 얼마나 짧은 노동으로 재빨리 돈을 벌 까에 집중되어 인간다운 노동이나 증여에서 오는 기쁨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타인에게서 얼마나 빼앗을까, 타인을 어떻게 앞지를까에만 전념하게 된다.
홉스는 세계라는 구조물의 이상적인 모습을 두 가지로 전제하고 사고 실험을 실시했다. 두 가지 전제는 다음과 같다.
참으로 기계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고관은 홉스보다 조금 후대에 등장한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조금 어렵게 말하면 ‘유물론적 세계관’ 또는 ‘기계론적 자연관’이라 한다. -p200
인공지능이나 통신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달한 시대에 우리는 고대 그리스 때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민주주의 운영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진화하는 테크놀로지를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 운영에 이용할 것인가? 현대의 사회 운영 방식에 많은 사람이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프로세스의 블랙박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일반의지에 의한 운용에는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사이 어느 선에서 절충안을 만들어 나갈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다. -p209
질서 체계를 떠받드는 인간은 자신이 매우 현명하다고 우쭐대기 일쑤인 데다 통치에 관한 자신만의 이상적인 계획이 품고 있는 상상속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든 질서에서 조금만 벗어난 일탈도 참지 못한다. 그는 최대의 이익이나 그와 모순되는 최대의 편견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계획을 완전하고도 자세하게 규정해 나간다. 그는 마치 체스판 위에서 여러 가지 말을 배열하듯이, 커다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도 그렇게 관리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모양이다.
- 애덤 스미스(도덕감정론) -p214
모든 일이나 상황의 관련성이 점차 복잡해지고 한층 더 역동적으로 변해 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지적인 톱다운 사고에 의지해 최적의 해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는 지적 오만을 넘어 우스꽝스럽게 까지 하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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