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지 않은 것,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명석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항목에서 확인한 대로, 성급하게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근원이 된다. 이때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을 에드문트 후설은 ‘에포케 epoche’라고 했다. -p300
과학이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수많은 사람이 다양한 답을 내놓았지만 영국의 과학 철학자 컬 포퍼는 ‘반증 가능성falsifiability’을 그 조건으로 제시했다. 반증 가능성은 제안된 명제나 가설이 실험 또는 관찰에 의해 반증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나중에 뒤집힐 여지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p304
포퍼는 반증 가능성을 갖지 않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해서 ‘옳지 않다’고는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p305
포퍼가 지적하는 ‘반증 가능성’이라는 과학의 요건은 우리에게 과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라고 채근한다.
-p306
용도 시장을 지나치게 명확히 설정하면 혁신의 싹을 자를 가능성이 있는 반면, 용도 시장이 불명확하면 맹목적으로 개발에만 매달리게 되어 상업화하기가 수월치 않다. 그래서 이때 중요한 것이 ‘무엇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는 그레이존 gray zone에 대한 직감이다. 이는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브로 콜라주 bricolage와 같은 말이다. -p308
쿤에 따르면 다른 패러다임에는 상당히 깊은 골이 있기 때문에 대화조차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 사이에는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론은커녕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조차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서로 다른 패러다임 사이에는 우열을 가리기 위한 공통된 기준이 없다. 쿤은 이것을 ‘공약 불가능성’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 패러다임 전환은 매우 긴 세월에 걸쳐 일어난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패러다임 사이에서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교류와 교환이 없어지면, 어떤 패러다임에서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어느 한쪽의 패러다임을 신봉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전부 절멸하지 않는 이상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p314
탈구축은 쉽게 말해 이항대립의 구조를 무너뜨린다는 뜻이다. 자크 데리다에 의하면 서양 철학은 ‘선과 악’, ‘주관과 객관’, ‘신과 악마’와 같이 우열 구조를 전제로 발전해 왔지만, 탈구축에서는 이러한 우열의 구조 자체가 갖는 모순성을 밝힘으로써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316
지금 존재하는 세계는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행한 의사 결정이 축적되어 지금 이 세계의 풍경이 그려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의 경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미래까지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남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p322
-p324
신체적 표지 가설에 따르면 정보에 접촉함으로써 야기되는 감정이나 신체적 반응(땀이 난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입이 마른다 등)이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 부분에 영향을 미쳐 눈앞에 주어진 정보에 관해 ‘좋다’ 또는 ‘나쁘다’의 판단을 도와 의사 결정의 효율을 높인다. 이 가설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의사 결정은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행해야 한다’라는 상식은 잘못된 것이며 의사 결정을 할 때 오히려 감정은 적극적으로 개입되어야 한다.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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