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삶을 아주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일상을 살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을 재치 있는 글로 재밌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제목처럼 소비를 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저 소비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소비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과 어떻게 하면 적은? 돈으로 소비히면서 그 소비를 삶의 원동력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글 쓰는 게 지지부진하여 12개월로 고급 노트북을 구매하였다는 글을 보며 나도 예전에 그런 경험을 했었다는 생각이 났다. 나는 노트북이 아니고 아이패드 프로였고 구입 목적은 다양한 장소에서 블로그 작성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 기기로 잘 사용하고 있다"
저자는 그 노트북으로 글쓰기에 큰 도움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한동안 개인적인 기쁨이 있었을 뿐이다.
여하튼 저자의 솔직함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경험을 소비와 연결한 글들이 좋았다.
그렇다. 돈을 쓴다는 것은 뭔가를 준비하는 일이다. 문득 사는 게 지루하고 똑같게 느껴질 때, 다가오는 하루를 기대하고 싶은 날 돈을 쓴다. 내일 만날 아기를 위해 사운드북을 사는 것, 완벽한 술자리를 위해 소맥탕탕이와 셀카봉을 챙기는 것, 마음이 복잡한 친구에게 위로의 음식을 보내는 것, 이모티콘을 모르는 부모님에게 첫 이모티콘을 선물하는 것. 거창한 포부가 아니더라도 사소한 보시 하나로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고작 몇 푼의 돈으로 다음날의 다음 날의 다음 날인, 먼 미래를 준비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일의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뿐. 그렇게 이것저것 사는 재미로 산다.
살다 보면 인생에서도 매운 날이 있다. 요즘 같은 연말에 쏟아지는 일을 감당할 수 없는 내 능력에 속상할 때. 동료가 내뱉는 한마디가 힘이 된다. 퇴근길 수입 과자점에 줄지은 과자가 위로된다. 택배가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생기를 준다. 가끔은 너무 맵다 생각할 때 다가오는 사소한 치즈 같은 순간들, 그런 것들로 다시 힘을 낸다.
앞으로도 나에게 글을 쓴다는 핑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글을 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덜컥 벌일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매번 끝내주는 글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도저히 안 쓰고는 모 배기게) 12개월 할부로 고가의 노트북을 산다든가, 글쓰기로 생계비를 마련하겠다는 부담을 줄이려고 회사원으로서의 본분을 다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사는 게 지루하고 무기력할 때, 더 이상 내일이 궁금하지 않을 때 불현듯 돈을 쓰기 시작했다. 옷이나 화장품 따위를 사는 게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산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니어서 새로 산 미숫가루를 타 먹기 위해서나, 새로 산 비누로 씻기 위해서 같은 사소한 이유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회사에서 찔러준 쌈짓돈을 쓰는 데 시간을 펑펑 쓰고, 또 그걸 글감 삼아 글을 쓴다. 말하자면 돈 쓰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돈 쓴 이야기를 하는 데 글자를 낭비하는 생활이다. 그렇지만 돈을 쓰는 것만으로 일상의 재미를 찾고, 글을 써서 한 푼이라도 벌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낭비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간이든 돈이든 글이든 모으는 것보다 일단 쓰는 게 좋다.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은 바로 산다. 오늘의 행복을 아껴서 내일 좀 더 행복한 것은 싫다. 그런 단순하고 대책 없는 마음으로 나는 정당하게 오늘 치 행복을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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