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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책과의 대화

by 별을 보는 사람 2021. 6.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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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케 아렌스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 머리를 부여잡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러나 또다시 모니터를 보면서 고뇌에 빠진 내 모습을 얼마나 더 봐야 하나? 분명 글을 쓰고 싶고 사소한 글이라도 쓰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런데 막상 책상 앞에 앉으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가끔은 수월하게 글이 잘 써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담스럽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수 있을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음... 글을 잘 쓸려면 많이 써보면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 무턱대고 아무 글이나 많이 써보면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방식을 지속할 수 있을까?

글을 잘 쓰기전에 내가 지쳐 쓰러질 것이다.

 

그럼 만약 내가 어떤 주제를 선정한 후 평소에 선택한 주제에 관한 메모들을  틈틈이 작성하고 그 메모들을 모아 가다듬고 문장으로 만들면 어떻까? 좀 수월하게 글쓰기를 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어떤 주제에 관해 그저 머리에 떠올랐다고 바로 글을 쓰면 얼마 못가 펜을 집어던지거나 키보드에서 손을 내리거나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자책의 시간과 포기의 시간... 그리고 재도전. 이런 무한 반복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따른 다면 좀 더 쉽게 어떤 주제에 관해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단순히 블로그 글이나 작성하는 그런 단편적인 것들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경우 책 속에서 제시한 방법으로 일반인에서 교수까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성과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글쓰기 자책감의 무한 반복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글도 잘 쓰고 싶다.

 

특이하게 이 책에서는 메모 작성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정보도 제공한다. 그런데 다 처음 들어본 것들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노션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알게 되었다. 개인 사용자의 경우 무료에다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도 실행해 볼 수 있는 툴인 것 같다.

 

 

통제력을 쥐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할 최선의 방법은 통제력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글 쓰는 과정 동안 처음의 아이디어에만 함몰되기 되기보다 여러 선택지를 열어 놓는 것이 좋다. 쟁점이 변할 수도 있고, 다루던 자료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다는 것이 드러날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타나서 결국에는 우리가 하던 작업에 대한 전체적인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속성, 특히 통찰 지향적인 글쓰기의 속성이다. 이처럼 소소하고 지속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하게 작업을 설정해야만 우리의 관심과 의욕, 그리고 작업이 잘 조율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금도 힘들이지 않고, 혹은 거의 힘들이지 않고 작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p32

 

하지만 레비가 지적하듯 "우리 정신이 작동하는 내부 과정이 어떡하건, (우리는) 자신이 정신이 외부의 발판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전무가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지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아이디어를 표면화해야 한다는 것, 즉 아이디어를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리처드 파인만도 벤저민 프랭클린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글로 쓰면 읽은 것을 이해하고, 배운 것을 기억하며, 생각의 의미가 통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쨌든 글을 써야 한다면, 자신의 미래 저작에 필요한 자원을 쌓는 데 글쓰기를 활용 하는 것이 어떨까? -p42

 

좋은 도구라면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에 추가 기능이나 선택 사양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주요 작업에서 집중이 분산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주요 작업은 바로 생각하기다. 메모 상자는 생각의 틀이 되는 외부 발판을 제공해 줌으로써 우리 뇌가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임무들, 그중에서도 특히 객관적인 정보 저장 기능을 도와준다.

자, 이것이 전부다. 정신이 분산되지 않아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뇌, 그리고 생각을 풀어나갈 믿을 만한 메모 모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잡동사니에 불과하다. -p52

 

 

우리에게 필요한 두구는 4가지다.

  • 필기도구 (종이와 펜이면 된다.)
  • 서지정보 시스템(조테로 Zotero, 시타비Citavi 등 자신에게 잘 맞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좋다.)
  • 메모 상자(실제 상자를 쓰든, 디지털 버전을 쓰든 둘 중 하나다.)
  • 편집기(워드 Word, 라텍스LaTex 등 자신에게 잘 맞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좋다.)

글감으로 삼겠노라는 명확한 동기를 품고 모든 일에 임하면 우리는 하는 일마다 깊이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하게 된다. 의도적으로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면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여러분이 절대 원고 한 줄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더라도, 모든 일을 마치 글쓰기 외에 중요한 것은 없다는 듯이 대하는 것만으로도 독서법, 사고방식, 그리고 그 외 다른 지적 기량도 모두 향상될 것이다. -p65

 

메모 상자가 어떻게 전개되어나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메모의 운명을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시 메모와는 대조적으로 메모 상자에 보관되는 영구보관용 메모는 하나하나가 충분하고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모두가 어떤 글의 최종본에 영감을 주거나 그 일부가 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어떤 메모가 더 적절한지는 앞으로 전개될 생각의 흐름과 어떻게 일이 진행되어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메모의 잠재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미리 정할 수는 없다. 영구보관용 메모가 되면 이제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단순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형태로 구현된 생각이나 아이디어 그 자체가 된다. 바로 이것이 임시 메모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p75

 

관심이 가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지적 활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계속 추적하며 기록을 남기면, 힘들이지 않아도 다양한 주제와 질문, 주장이 자료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이제 우리 머리로 감당하기 힘든 몇몇 아이디어로부터 연구 주제나 문제를 쥐어 짜낸 필요 없이 좀 더 손쉽게 그것들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이것은 메모 상자에서 나온 모든 문제에는 작업할 자료가 자연스럽고도 손쉽게 딸려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정 메모 더미가 어디에 쌓였는지 보기 이해 메모 상자를 살표 보면, 가능성 있는 주제만 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작업 대상으로 삼은 바 있는 주제들도 보인다. 비록 사전에 알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누구도 사전 준비 없이 맨땅에서 시작하지는 않는다고 했던 주장이 불현듯 매우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에 맞추어 작업한다면, 우리는 문자 그대로 결코 다시는 맨땅에서 시작할 필요가 없어진다. -p80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그냥 묻기만 하지 않고 실제로 테스트를 실시하여 멀티태스킹 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과제를 주고,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지시를 받은 다른 그룹과 과제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멀티태스킹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느끼기에는 생산성이 증가한 것 같았지만, 실제 그들의 생산성은 감소했다. 그것도 많이. 성과물의 양뿐만 아니라 질 역시 대조군에 크게 뒤졌다. 문자 보내며 운전하기처럼 어떤 영역에서는 멀티태스킹의 부정적인 면이 뼈저리게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멀티태스킹이 작업의 질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 번에 한가지 이상의 일을 처리하는 능력 자체도 손상시킨다는 점이다! -p95 

 

일반적으로 전문가는 체화된 경험에 의존하여 탁월한 기량에 도달한다. 학술적 글쓰기 전문가의 경우에는 글쓰기 과장에 대한 감을 지니고 있다. 어떤 과제를 하면 최종 원고에 가까워지는지, 무엇이 집중을 방해하기만 하는지 알 수 있는 직관력을 후천적으로 습득해서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언제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규칙은 없다.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저마다 다르고 각각의 단계들도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철저히 연구하는 편이 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특정 단락을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해야 하는 경우, 원고 개요를 바꾸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떤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나 모순 가능성 있는 내용, 혹은 각주를 계속해서 파고드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미리 알려줄 수 있는 보편적인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p104

 

 

이해되지  않는 것보다 이해되는 것을 기억하기 훨씬 더 쉬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고 학습에 집중할지, 이해에 집중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이해하기다. 물론 그것 또한 결국 학습 학습을 위한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들은 규칙을 통해 연결되거나 이론, 서사, 순수 논리, 정신 모형, 설명 등을 통해 연결된다. 이런 종류의 의미 있는 연결 관계를 찬찬히 쌓는 것이 바로 메모 상자가 하는 일이다. -p110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오롯이 따라잡을 만큼 빠르게 쓰지 못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이 아니라 강의의 골자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강의의 요지를 적을 수 있으려면 먼저 그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손글씨로 필기를 하면 귀에 들리는 (또는 눈으로 읽는) 내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주장의 구조와 아이디어, 근본 원리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손글씨로 쓰면 순전히 베껴 쓰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대신, 들리는 내용(또는 적힌 내용)을 자기만의 말로 옮기기가 쉬워진다. 반면 노트북에 입력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필기 속도가 무척 빨라서 강의 내용을 더 자세히 옮길 수는 있었지만, 이는 그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는 데에는 방해가 되었다.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완성도에 집중했다. 그렇게 들리는 그래로를 다 받아 적는 메모는 거의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다. 마치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귀에서 손으로 직행하는 지름길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p122

 

학술 텍스트를 읽는 경우,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새로운 정보와 그저 반복된 정보를 구별하려면 기준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기준점을 개발할 때 단기 기억이 아니라 장기 기억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란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단순 암기밖에 되지 않는다. 달리 표현하자면, 책을 읽을 때는 지극히 선별적으로 읽으면서도 광범위하게 연결된 참고 사항을 뽑아내야 한다. 또한, 반복되는 부분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지도해줄 수 없다면 이것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 아무도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하는 것일 테다. 메모할 때는 발췌문이 아니라, 텍스트 내용을 간결하게 재구성한 설명문을 써야 한다. 이미 글로 표현된 것을 새로 다시 쓰면, 논평이나 전체/추정 문을 볼 때 거의 자동적으로 틀과 패턴, 범주에 주의를 집중하는 훈련이 되어 더 확실한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면 좋다. 어떤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배제된 내용은 무엇이며 의도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가령,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 다음과 같이 차이점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인권'이란 '인간의 권리와 비인간의 권리'를 구별한 것일까? '인간의 의무'와 구별한 것일까? 문화에 따라 비교한 것을까, 아니면 인권 개념 없이도 다 함께 잘 살았던 일부 역사적 인류와 비교한 것일까? 대개 텍스트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나 명확한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자신만의 상상력에 의존해야 한다. -p131

 

교육심리학자 카르스티 롱카교수는 비범한 성적으로 논문 심사에 합격한 박사 학위 예정자들의 독서 접근법과 이들보다 우수하지 않은 학생들의 독서 접근법을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한 가지 중대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바로 텍스트의 주어진 틀 너머로 생각하는 능력이었다. 학술 활동 경험이 많은 독자들은 텍스트를 읽을 때 대개 머릿속에 여러 질문을 품으면서 읽으며, 텍스트를 다른 접근법과 연결 지으려 노력한다. 반면, 이런 경험이 적은 독자들은 텍스트가 제시하는 문제와 주장의 틀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훌륭한 독자라면 특정한 접근법이 지닌 환계를 간파하고 텍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p141

 

그러므로 창의성과 과학적 진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오히려 구조와 제약의 결핍이다. 구조가 없으면 아이디어를 구별하거나 비교하거나 실험할 수 없다. 제약이 없으면 무엇이 추구할 가치가 있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결코 마주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통찰의 영역에서 무관심은 최악의 환경이다. 메모 상자는 무엇보다도 구별, 결정, 차이의 가시화를 강제하는 도구다.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정말이지 큰 오해다. -p200

 

 

여기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요령은 오래된 습관을 깨뜨리려 노력하거나 의지력을 동원해서 억지로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습관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습관을 전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목표는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팬과 조이를 곁에 두고 제일 중요하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이 첫 단계에서 루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그 내용을 다시 영구보관용 메모로 만들어 메모 상자 안에 있는 다른 메모와 연결하고 싶은 욕구가 훨씬 쉽게 생긴다. 메모들로 이루어진 외부 기억장치 안에서 생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익숙해지는 이유는 이때 얻게 되는 장점이 금세 명백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루틴을 개발하면 그 즉시 우리는 직관적으로 옳다고 느끼는 일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몇몇 문장에 줄을 치거나 아무 결실도 없는 비체계적인 메모만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머잖아 여러분에게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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