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애기하면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절제된 말과 행동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모든 게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세상에서는 고요함, 소박함, 평온함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과장해서 떠드느라 바쁜 사람들에게 둘려싸여 있다 보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비로소 실감한다. 겸손의 미덕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태도에만 국한된 애기가 아니다. 경제 매거진 <<브랜드 아인스(Brand Eins)>>는 소비 상품에 관한 내용을 다루면서 "거창하게 떠벌리는 것은 유행이 지났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요즘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으며 가치가 있다고 간주되는 것은 '강제성이 없는 것', '실뢰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소중한 것'이다. 브랜드의 로고(logo)도 절대 거창하지 않다. 눈에 띄지 않거나 아예 없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 겸손은 고상함과 품위를 지니고 있지만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그로 말미암아 과소평가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겸손이란 바로 그 과소평가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p6
그들은 성공을 부르짖지 않지만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이며, 승리하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 이기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려고 앞장서느라 바쁘지만, 그들은 오히려 뒷자리에 머무는 것을 택한다. 남들이 자신의 공을 알아차리지 못해도 크게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그걸 더 편안히 느낀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높여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음에는 이런 바람이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깊고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남에게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 타인보다 월등하게 높은 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땅에 발을 딛고 서서 남들과 더불어 잘 살고 싶다는 바람 말이다. -p49
만족감이란 이런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 이상을 달성하는 것 말이다. 때문에 겸손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너무 높은 목표를 부여하는 건 좋지 않다. 그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줄 뿐이니 말이다. 성공을 위해 과도한 목표를 바라보며 달리는 사람은 충만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 오히려 삶을 살면서 기진맥진해 버리기 쉽다. 그래서 겸손하게 삶을 사는 사람은 외적인 성공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다. 한 인간의 가치란 성공과 목표로 측정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p72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갑질하는 경우가 실제로도 왕왕 발생한다. 물론 그런 경우는 결국 큰 문제로 불거진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성공하려는 자는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가는 일에 집중한다. 어떤 무기든 사용할 의지가 있다.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점점 줄어든다. 주변의 요구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이용하며, 그렇게 행동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느끼기도 한다.
성공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그 사람의 정체를 폭로한다.
- 막스 프라쉬(Max Frisch), 스위스의 극작가
당신은 존중받아야 하며, 품위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품위를 잃으면 겸손의 기초도 사라진다. 막강한 권력에 제대로 방어할 수 없을 때도 품위는 지킬 수 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행동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 사실 하나라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즉, 당신은 자발적으로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며, 이런 일을 좋아하지도 않고,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 상황은 바꿀 수 없을지라도 진실은 지킬 수 있다. 상대는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얻겠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까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갑질을 행한 악한(惡漢)이 되는 대가 말이다. -p165
자신만의 에너지를 비축해 두려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거나 사람들로부터 과대평가받는 상황과도 거리를 두는 게 현명하다. 사람들 앞에 내 모든 능력을 드러내놓기 바쁘게 내 비상 수단은 아무것도 남지 못하니까. 강해 보이려고, 능력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똑똑해 보이려고 당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화려한 모습은 결국 벗겨지기 마련이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이 아닐지라도,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니 그저 단단한 땅 위에서 당신이 가진 보폭과 당신의 속도대로 걸어가기를 바란다. 당신이 가진 에너지를 비축해 두면서, 당신의 무기를 갈고닦기를 응원한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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